능소화가 가득 핀 오래된 크림색 담장과 빛바랜 민트색 대문

그해 여름은,아직 담장 너머에남아 있다.

오래된 여름에 두고 온 마음이 있습니다.

그 여름으로 들어가기

햇살은 오래 머물고,
기억은 천천히 피어납니다.

열린 창문과 흰 커튼 옆에 앉은 여성, 책상 위 물컵과 편지지

창틀 사이로 들어오던 바람,
그 여름의 어느 오후.

우리는 말이 되지 않는 것들을
수고롭게 살아 왔다.

창밖에서는 꽃이 흔들렸고,
방 안에서는 아무 말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름의 기록

기억 속 여름의 조각들

01

비가 오기 전날의 냄새

비 오기 직전의 창문과 능소화 잎

습한 바람이 먼저 도착했고, 우리는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다.

02

녹아버린 아이스크림

바닥에 녹은 아이스크림

손에 쥐고 있던 여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내렸다.

03

대답하지 못한 전화

햇빛과 그림자가 드리운 오래된 회전식 전화기

벨소리가 멈춘 뒤에도 한참 동안 방은 울리고 있었다.

04

담장 아래 떨어진 능소화

담장 아래 떨어진 능소화 꽃잎들

꽃은 떨어진 뒤에야 더 선명한 색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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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못한 문장은
종이 위에서 오래 숨을 쉽니다.

편지지, 봉투, 밀랍 인장, 말린 능소화가 놓인 책상

보내지 못한 편지

당신에게 전하고 싶지만 꺼내지 못한,
그 여름의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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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빛은 천천히 식고,
같은 담장은 다른 색으로 돌아옵니다.

노을이 지는 능소화 담장과 멀리 보이는 지붕 실루엣

어떤 여름은
끝난 뒤에야
꿈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